PD와 연예인과 기자가 밥을 먹었다. 계산은 누가 할까. 답은 차에 있던 매니저다. 만약 매니저가 없다면? 지나가던 영화사나 외주 드라마 제작사 사장이다.

지갑 여는데 훈련이 안 된 세 직업군을 풍자한 한 단면이다. 그러나 요즘은 사정이 달라졌다. 다매체 다채널 시대를 맞아 컨텐츠 확보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PD와 기자도 돈독한 관계 유지를 위해 연예인에게 밥 사고 술 사고 때론 택시비까지 찔러준다. 두 번 얻어먹었으면 다음번엔 이쪽에서 한번 사야 한다. MBC TV '황금어장-무릎팍도사' 여운혁 책임프로듀서는 연예인의 애경사까지 발품을 판다.

세 직업군 중 여전히 지갑 여는 일에 인색한 건 연예인들이다. 그들 잘못은 아니다. 움직이는 중소기업인 연예인을 위해 각 기획사마다 도어 투 도어 서비스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안락한 밴을 제공하고, 필요하면 담배까지 공급한다. 등기부등본 발급도 매니저가 대신 해주고, 식당과 미용실, 어딜 가나 환영받는 존재라 사실 돈 쓸 일이 거의 없다.

이렇다 보니 사기나 낭비벽, 도박만 조심하면 연예인은 꽤 많은 돈을 단시일 내에 벌 수 있다. 그러나 누구나 부자가 되는 건 아니다. 과연 부자란 어떤 사람일까.

베스트셀러 '한국의 젊은 부자들'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당장 그만둘 수 있는 사람을 부자라고 정의한다. 증권가에서 족집게 분석으로 유명한 '시골의사' 박경철 원장은 더 이상 부의 축적에 관심이 없는 사람을 부자라고 단정한다. 벌기 보다 지키는 일에 주력하는 사람이 진짜 부자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김장훈은 현존하는 연예인 중 최고 부자다. 부를 지키는 수준을 뛰어넘어 분배의 미덕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그가 사회에 환원한 돈만 무려 40억원. 태안에도 선뜻 5억원을 기부했다.

이 정도면 가히 연예계 워렌 버핏 수준이다. 알려진 액수만 그 정도일 뿐 왼손이 모르게 한 선행까지 합하면 상상을 초월한다. 지난 설날 김장훈은 자신이 조용히 지원하는 보육시설에 들러 세뱃돈으로만 1000만원을 쓰고 왔다.

김장훈이 이렇게 기부 천사가 된 이유는 독실한 신앙인인 어머니와의 약속도 있었지만 생사를 넘나드는 고비를 여러 번 겪은 뒤 얻은 소중한 깨달음 덕분이다.

불우하게 자란 그는 자살시도를 두 번이나 했고, 공황장애 뿐 아니라 대형 교통사고도 11번이나 당했다. 저승사자를 수없이 만났지만 그때마다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졌다. 그리고 결심했다. 지금 내 삶은 하늘이 착한 일을 하라고 주어진 보너스라고.

김장훈은 신용카드도 없고, 운전면허증도 없다. 하지만 그는 누구보다 따뜻한 심장과 손을 가진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