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급하게 확인할 메일이 있어 인근 PC방에 들렀다. 한 개의 메일을 확인하고 프린트하러 갔으나 생각보다 시간이 지체돼 한 시간 가량 PC방에 있게 됐다.
작업을 마치고 요금을 지불하러 카운터에 갔더니, 젊은 아르바이트생이 아닌 나이가 지긋한 중년의 남자가 앉아 있었다.
주인이냐고 물어보자, 그는 최근부터 아르바이트 쓰기도 힘들 정도로 수입이 좋지 않다며 혀를 찼다. 이어 요금을 물어보자 500원이라고 했다.
순간 당황해 다시 물어보자 500원이라고 똑똑히 말했다. 프린트 두 장을 포함해 700원에 불과했다. 문을 열고나서는 발걸음에 미안함마저 들었다.
동종 업계에서 기사를 쓰고 있는 기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그 매장은 너무도 어려워 보였다. 퇴근 이후의 시간이었지만 좌석의 2/3가 비어 있었으며, 주변에 PC방이 상당히 많았다.
다음날 PC방협동조합 최승재 이사장을 만나 PC방의 현주소를 물어보자 그 또한 혀를 찼다. 진입장벽이 낮다보니 너무나 쉽게 창업을 하고, 주변에 PC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입점이 계속돼 서로 공멸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 지역일수록 가격경쟁이 치열하며, 폐점율 또한 높아 점포 중개 브로커들만이 돈을 번다는 말을 덧붙였다.
몇 달 만에 폐점한 PC방에 새로운 창업자를 물색해 입점 시키는 브로커들이 오히려 돈을 번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본인이 경험한, 한 시간에 700원 정도하는 PC방이 전국의 평균이라는 점이다. 500원 하는 PC방이 계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1,000원을 받는 PC방이 점차 사라지는 추세라는 것.
올해 PC방 창업자들은 PC방 등록제의 본격 시행으로 물질과 심리적인 부담감에 시달려왔다. 진통을 극복하고 등록을 완료했지만 다시금 찾아온 경기 악화로 인해 경영상의 악화에 시달려야 하는 게 PC방 창업자들의 현주소다.
때문에 공멸을 피할 수 있는 시장질서만을 기대할 것이 아니라, 제도적인 뒷받침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PC방 옆에 PC방 입점을 금지시키는 제도를 만드는 것은, 음식점 옆에 음식점을 오픈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로 해석될 수 있어 난관에 부딪힌 상태다.
결과적으로 창업자들의 신중함이 요구되고 있다. 입점을 고려하고 있는 매장 인근에 위치한 PC방과의 거리를 충분히 따져야 하며, 브로커들의 비양심적인 중개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또한 중개 브로커에 의해 피해를 봤다면 적극적으로 보상을 요구하고 법적인 대응으로 시장의 질서를 바로잡는 역할에도 창업자가 나서야 한다.
'똥 밟은 셈 친다'는 생각은 다른 피해자를 양산시킬 수 있고, 자신의 권리를 포기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에 억울함만 커질 뿐이다.
올해 PC방 창업자를 비롯해 상당수의 자영업자들은 경기 불황에 따른 경영 악화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 상도는 어려울 때 일수록 더 잘 지켜야 한다는 말이 있다. 창업자들의 치밀한 계획과, 중개 브로커들의 자숙이 함께 하길 기대하는 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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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용 기자 / web@sbiznews.com